언제부턴가 아침에 일찍 깰 때가 있었다. 오전 6시 30분만 되면 어디선가 들리는 핸드폰 진동 소리 때문이었다. 처음에는 우리 가족 중에 누군가 모닝콜을 맞춰 놓은 줄 알았다. 하지만 알고 보니 윗집에서 울리는 진동이었다.
층간 소음(?)의 시작
시작은 어느 날 아침이었다. 일어날 시간이 아닌데도 눈이 떠져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눈을 뜨고 나서 들리는 휴대폰 진동 소리가 계속되고 있었다. 처음에는 내 휴대폰을 찾았다. 머리맡에 있는 나의 휴대폰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까맣게 자고 있었고 다시 귀를 기울여보니 진동은 계속되고 있었다.
그래서 내 방에서 나와 다른 가족들 방으로 가보았다. 누군가 모닝콜을 맞춰놓고 못일어나는구나 라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다른 방을 가보니 조용했다. 그리고 다시 내 방으로 오니 진동소리가 들린다. 결국 그래서 알았다. 우리 집이 아니구나.
그런데 이게 또 매일 반복되는 것은 아니었다. 어떤 때는 2-3일 계속되고 어떤 때는 일주일도 넘게 조용했다. 진동 소리가 날때는 항상 오전 6시 30분이었다. 가끔은 밤에도 울리기도 하는데 밤에 나는 소리는 금방 멈췄다. 그리고 소리는 내 방에서만 난다.
혼자서 추측을 해본다. 내 방에서만 나는 것으로 보면 윗집에서도 분명 내 방 위치를 쓰는 사람의 휴대폰일 것이고 오전에 규칙적인 것을 보면 모닝콜일 것이다. 밤에 나는 진동이 금방 멈추는 것은 깨어 있을 테니 전화가 왔을 때 바로 받았을 것이다. 그런데 어떤 날은 나고 또 어떤 날은 나지 않는 것을 보면 바닥에 놓은 날은 밑에 집에서 들리고 책상 위나 침대 위에 놓은 날은 안 들리는 것으로 생각된다.
이게 며칠 계속되면 사실 짜증이 난다. 나는 일어날 시간이 아님에도 일찍 깨게 되니 하루종일 피곤하다. 이러다 보니 밤에 내 스타일대로라면 1-2시에 자야 되는데 계속 신경이 쓰여 일찍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도 한다. '내가 왜 저 사람 스케줄에 맞춰 살아야 하나'라는 생각도 든다.
왜 층간 소음이 될까?
사실 휴대폰 진동 소리를 평상시에 들으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. 심지어 몸에 지니고 있지 않으면 전화 오는 걸 놓칠때도 있다. 그런데 왜 저 모닝콜은 잠이 깰 정도로 크게 느껴질까? 궁금해서 잠시 찾아본다.
휴대폰 진동 소리가 '소음'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'진동'때문이다. 특히 아파트의 경우에는 더 크다. 아파트의 대부분이 벽식구조이기 때문이다. 우리가 아는 보통 빌딩 건물들은 기둥식 구조를 취하고 있다. 기둥식 구조는 위층 구조물을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구조다. 반명에 아파트에 많이 쓰이는 벽식구조는 벽 자체가 기둥 역할을 하게 된다. 따라서 존재하는 모든 벽이 위층들의 무게를 받치고 있다고 보면 된다. 이렇다 보니 위에서 진동이 생기면 그 진동이 벽을 타고 전해지게 되는 것이다.
아파트 층간 소음이 심한 사회 문제가 되는 것은 벽식구조에서 오는 진동의 울림이 큰 이유다. 단순이 tv소리가 크거나 사람이 떠드는 말소리가 커서 생기는 소음보다는 아이들이 뛰거나 어른들이 조심스럽지 못하게 걸을 때 생기는 '쿵 쿵'하는 진동의 울림이 층간 소음 문제에서는 더 비일비재하다.
휴대폰 진동은 층간소음에 해당할까?
층간소음의 정의는 "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"을 보면 나와 있다. 하지만 이 기준으로 볼 때 휴대폰의 진동소리는 층간소음으로 볼 수 없는 매우 애매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.
규칙 제2조(층간소음의 범위)
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는 입주자 또는 사용자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음으로서 다른 입주자 또는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다음 각 호의 소음으로 한다. 다만, 욕실, 화장실 및 다용도실 등에서 급수·배수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음은 제외한다.
1. 직접충격 소음: 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음
2. 공기전달 소음: 텔레비전, 음향기기 등의 사용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음
위에서도 나와 있듯이 휴대폰 진동을 직접적인 충격으로 보기도 애매하다. 그렇다고 공기전달 소음으로 보기에도 애매한 것이 사실 진동의 소리 자체는 크지 않다 단지 울림이 큰 것이기 때문이다.
위 규칙에 나와 있는 층간소음의 데시벨 기준인데 어느 프로그램에서 봤는데 휴대폰 진동의 소음도는 45데시벨 정도라고 한다. 그러면 06시 이후에 울리는 휴대폰의 진동은 층간소음이 아니라는 게 돼버린다.
위에 집에 얘기하다
결국 법적으로 따져봐도 아직은 휴대폰 진동이 층간소음으로 인정하기 어려워 보인다.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법적으로 싸워도 이길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. 그렇다고 가만히 견디기만 하는 것도 삶의 질이 떨어진다.
그래서 윗집에 얘기를 하는 방법을 선택한다. 직접 찾아가서 문을 두드리고 직접적으로 이 문제를 얘기하면 서로 기분 좋지 않은 층간소음 문제가 될 수도 있어 '우연을 가장한 필연'을 선택해 본다.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윗집 아주머니를 만났을 때 인사를 건네고 사정 얘기를 해 보았다. 그랬더니 반응이 나쁘지 않다. 잠시 얘기를 들어보니 윗집에서 내방 위치를 사용하는 가족이 직장 다니는 첫째 딸인데 집에 와 있을 때가 있고 회사 기숙사에 있을 때가 있다고 한다. 아침에 잘 못 일어나는 편이라 아주머니가 매번 깨워준다고 한다. 그리고는 그런 문제가 있는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본인이 딸아이한테 잘 얘기해보겠다고 한다.
그날 이후로 아침 모닝콜 층간소음은 사라졌다. 가끔 밤에 휴대폰 진동소리가 나기는 하는데 그건 바로 받으니까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. 조금 더 일찍 얘기해 볼껄 그랬다. 내가 한 거지만 이 방법은 좋은 것 같다. 직접 찾아가 층간소음 문제를 얘기하면 '항의'가 되는 거지만 밖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얘기하면 '상의'가 되니 서로 기분 나쁜 일은 조금은 적게 만들게 되는 것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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